일상생활

8주 계류유산 판정과 소파술, 그 이후 이야기...

aroha.monica 2021. 1. 11. 21:58

 

블로그에 너무 오랜만에 들어왔다... 그동안 쉽게 말하지 못할 일이 있었기에......

하지만 이 또한 나중의 나 자신에게, 그리고 정보가 필요한 누군가에겐 도움이 될까 싶어 그 동안의 일을 몇 자 적어보려고 한다.

 

1월 2일 산부인과 정기검진날 (임신 8주 5일차)

지난 6주차에 초음파로 난황을 확인하고, 이번에는 8주차 젤리곰 (조랭이떡) 모양의 꼼꼼이를 기대하며 아침부터 남편과 분당제일여성병원으로 향했다. 다른 사람들의 8주차 초음파 사진을 보며 우리 아가는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지 기대감에 잔뜩 부풀어 병원에 갈 날만을 기다렸다. 달달한 것을 먹으면 태아들이 잘 움직인다기에 전날 초콜렛 우유까지 사갔다. 토요일에 간 병원은 기다리는 환자들로 복잡했다. 예약 시간보다 일찍 도착했음에도 불구하고 앞에 대기중인 환자가 많다며 한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고 했다. 기다림은 지루했지만 그래도 초음파로 곧 아기 모습을 볼 생각에 두근두근했다. 

드디어 내 이름이 불리우고 초음파실에서 두번째로 담당 원장님을 만나 '선생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인삿말을 건네고 초음파를 시작했다. 이번에도 역시 질초음파가 긴장되었는지 원장님께서 허벅지에 힘을 빼라고 계속 얘기하셨다. 나는 핸드폰으로 모니터를 찍으며 곧 만나게 될 꼼꼼이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곧 화면에 아기집이 보이는데....

'어....?'

원장님께서 무의식적으로 뱉어내신 한마디. 그리고 내가 봐도 어딘가 너무 정적인 장면이었다... 정상적인 8주차라면 꼬리도 없어지고 팔다리는 물론 손가락, 발가락이 생겼어야 할 때인데 아직 꼬리도 남아있었고 무엇보다 머리가 아래로 꼬꾸라진 듯한.... 너무나도 정적인 모습이었다. 당연히 심장소리 하나 없이 고요했다. 나도 불안함을 느끼기 시작했는지 숨소리가 거칠어졌고, 원장님께서 아기가 심장이 뛰지 않는다고 얘기 하시면서 미친듯이 눈물이 흐르기 시작했다. 내가 생각한 건 이게 아닌데.... 오늘 아기 보려고 온건데 아기가 이미 죽었다니.... 죽은 아이가 내 안에 있다니..... 

일단 선생님께서는 확실하게 하기 위해 '다른 장비로 한번 더 찍어보자'고 얘기 하셨고 윗층의 다른 원장님 진료실으로 나를 보내셨다. 엘레베이터를 타고 이동하면서도 계속 눈물이 나왔고 1층에서 기다리고 있는 남편에게 카톡을 보냈다. '아기 심장이 안 뛴대...' '진정하고, 아직 확정된 거 아니니까 조금만 더 기다려보자'

아니나 다를까 두번째 초음파에서도 역시 같은 소견이 나왔다. 지난 번에는 '임신이네요, 축하드려요!' 하고 웃으며 말씀하시던 원장님께서 오늘은 심각한 얼굴로 계류유산이 되었다고 얘기하셨다. 원망해야 할 대상은 없는데 원망스럽고 억울하고, 왜 우리에게 이런 일이 생긴 건지.... 이미 심장이 멈춘지는 2-3일 정도 된 것 같다고 하셨고, 바로 다음 주 안으로 수술 예약을 잡아야 한다고 하며 소파술이라는 것에 대해서 설명해 주셨다. 곧 간호사가 수술 일정을 잡아 주는데 아무 것도 귀에 들리는 것 같지가 않고 계속 눈물만 닦아냈다. 몇 분 전까지만 해도 아기를 만날 기대감에 부풀어 사람들 틈에서 진료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지금은 그 사람들 속에서 나만 울고 있는 것 같았다. 

다음 주 금요일에 있을 수술을 위해 피검사와 심전도 검사를 미리 하고, 남편이 기다리고 있는 1층으로 내려왔다. 대기실에 들어가자마자 남편과 눈을 마주치고는 또 눈물이 수도꼭지 새듯이 흘러내렸다. 남편은 나를 안고 위로해 주며 곧 차에 태웠다. 그래도 많이 울고나니 조금씩 마음이 가라앉는 것 같았는데 아빠한테 전화가 와서 또 마음이 심란해졌다. 아직 시댁, 친정에 임신 소식을 알려드린지 일주일밖에 되지 않은 때인데 유산 소식을 알려드리려니..... 그래도 내가 슬퍼하는 걸 알면 부모님도 힘들어 하실 것을 알기에 별 것 아니라는 듯.... 아기의 소식을 전했다. 

'다시 건강한 아이 가지면 되지'

우리는 그 날 하루종일 의외로 덤덤했다. 남편과 일본 우동 맛집에 가서 우동도 먹고, 플레이스테이션으로 게임도 했고, 새로 산 칼림바 연주도 하고 하하호호 웃으며 이상할 정도로 평화로운 저녁을 보냈다. 그런데 밤에 잠을 자다가 새벽에 눈이 떠졌는데 계속 이유도 모를 눈물이 흘러나왔다. 나 괜찮은 줄 알았는데....

 

1월 3일 (8주 6일차)

집에서 계류유산에 대해서 많이 알아보았는데 자연배출 혹은 감염이 될까봐 덜컥 무서운 마음이 커졌다. 수술까지 아직 5일이나 남아있는데 그 전에 뱃속의 아기가 잘못 되어 쇼크가 오거나 잘 못 될까봐.... 수술을 빨리 앞당기고 싶었으나 병원이 주말이라 예약팀이 닫은 상태라 월요일까지 기다려야 했다. 뱃속에 죽은 아이가 있다는 그 생각만으로도 불안했다. 

그 날 밤, 갑자기 우울함과 소파술에 대한 두려움에 갑자기 눈물이 마구 흘렀다. 흐느끼는 소리를 듣고 깜짝 놀란 남편이 안방으로 들어왔다. 평소처럼 활발하던 내가 다시 무너진 것을 보고 남편도 같이 울었다... 우는 남편을 보니 또 '내가 더 건강해야 겠다', '아프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술이 무서워서 그래... 애는 다시 만들면 되지 뭐.... 하며 서로를 위로했다.

 

1월 6일 소파술 (9주 2일차)

결국 병원에 전화해서 수요일로 수술을 앞당겼고, 남편도 회사에 유산휴가를 이틀 썼다. 전날밤부터 물 한방울 못마시는 금식이라 병원에 도착했을 때부터 이미 기운이 없었다. 

12시 병원에 도착. 질정 삽입 - 어떤 분은 질정을 넣는 게 자궁경부암 검사보다 아팠다는 글을 본 기억이 있어서 긴장을 많이 했었는데 다행히 질정 넣는 것은 그렇게 아프지 않았다. (넣는 장비가 무섭게 생기긴 했다;;)

2시 30분까지 대기 - 질정을 넣고 자궁경부가 열리기를 기다려야 했다. 코로나 때문인지 입원실이 따로 없어서 남편과 그냥 대기실에서 기다려야 했다. 질정을 넣고 나면 피가 날 수도 있다고 했는데 다행히 나는 출혈 하나 없었고, 그냥 생리통처럼 아랫배가 싸했다. 그래도 생각보다 별 거 아니라 다행이다... 생각했다.

3시 - 분당제일여성병원 B동 2층에 수술실이 있다. 남편은 밖의 대기실에서 기다렸고, 나는 들어가서 환복을 하고 들어가서 간호사분의 안내에 따라 회복실에서 대기했다. 곧 간호사분께서 진통제를 주사로 놔주셨고, 팔에 수액을 놓고 수술실에 들어갈 준비를 했다. 수술실은 예상했던대로 차갑고 무서웠다. 팔다리를 묶는다는 말은 많이 찾아봐서 알고는 있었지만 역시 팔다리를 묶으니 몸이 덜덜 떨리기 시작했다. 다행히 바로 마취를 하셨는지 그 후 수술실의 기억은 나지 않는다. 

회복실에서 눈을 떴을 때부터 아랫도리에 극심한 고통이 시작되었다.... 지금까지 받았던 그 어떤 수술 보다도 아팠다... 내가 너무 아파하고 잘 일어나질 못하니 친절한 간호사 분께서 혈압이 낮아서 그렇다며 수액 한 통을 더 맞고 가라고 얘기하셨다. 회복실에서 한 시간 반? 두 시간 정도 누워있다가 괜찮아져서 일어나보니 베드에 패드가 깔려있었고 꽤 많은 양의 피가 묻어 있었다. 걷기 조금 불편하고 어지러운 상태로 남편의 부축을 받으며 퇴원을 했다.  

 

잠시동안 나를 엄마로 행복하게 만들어 줬던 꼼꼼이...

수술 이후 현재까지

수술 당일날은 밤에 잠들 때까지 아랫배가 정말 아팠다... 그래도 다음 날은 고통이 많이 나아졌고, 그 다음날은 더 나아지고 괜찮아 지는 것 같다.  수술 5일차인 오늘까지 조금씩 계속 피는 비치기 때문에 생리대는 계속 하고 있으며 하루 한 끼는 꼭 미역국을 먹고 있다.  수요일에 병원에 가서 자궁내벽 유착은 없는지, 수술이 잘 되었는지 확인하러 가는데 남은 임신바우처로 한약이라도 지어 오려고 한다. 주로 식단은 주로 소고기 미역국, 아니면 본죽에서 파는 매생이굴죽... (신기하게 소파술 이후로 입덧도 멈췄고, 사라졌던 입맛이 귀신같이 돌아왔다.)

아기 때문에 울었던 시간은 그렇게 길지 않았다. 임신준비 3개월 전부터 엽산도 잘 챙겨 먹었었고 마침 다니던 회사 계약이 종료되었던 터라 일을 하면서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도 아니었고, 음식도 꼬박꼬박 잘챙겨 먹었고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하기에 후회라던가 미안한 마음은 없었다. 아기가 약했을 뿐.... 이미 일어난 일에 대해 눈물 흘리지 말자는 주의이기 때문에 남편과 부둥켜 안고 울었던 그 날 이후로는 더 이상 울지 않기로 했다. 그저 다음에 건강한 아기가 오길 기도할 뿐....

 

 

    

소파술 주의사항